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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페이지 내용 : 켄트 하루프 저 | 뮤진트리 펴냄 | 2016 우리는 어떻게 밤을 지나가나 밤에 우리 영혼은 사람들이 인생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가끔은 두려움도 행복만큼이나 다양한 무늬와 빛깔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든 다는 것에 대한 불안함, 혼자 남겨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등등. 두 노년의 삶을 통해 인생의 밤을 지나는 이들이 겪는 두려움과 외로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 한 편을 소개한다. 글 서유미 소설가 국립세종도서관 책꽂이 843.6-16-148 북타민 48 많은 밤을 지나온 어른들도 혼자 보내는 밤이 두려울까? “가끔 나하고 자러 우리 집에 올 생각이 있는지 궁금해요.” 노년에 혼자가 된 애디는 자신과 마찬가지로 사별한 이웃 주민 루이스의 집에 찾아가 함께 밤을 보내자는 제안을 한다.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첫 장면은 소설책을 편 독자들의 마음을 단단하게 붙잡는다. 인생을 오래 산 어른들도, 많은 밤을 지나온 사람들도 혼자서 밤을 보내는 일이 두려울까. 애디와 루이스 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며 가까워질수록 칠십 대의 여자와 남자가 같이 보내는 밤을 우정의 측면에서 이해할지 로맨스로 바라봐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내가 무엇을 궁금해 하는지 안다는 듯 소설 속의 애디 는 루이스에게 “밤이 제일 견디기 힘들잖아요”라고 말한다. 애디와 루이스는 마주 앉아 맥주를 마시거나 침대에 나란히 누워 자신들이 지나온 삶과 잘못한 일, 후회 하는 것에 대해 얘기한다. 두 사람은 각자의 결혼 생활에서 외도를 저지르기도 하고, 외도하는배우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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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페이지 내용 : 견디기도 한다. 또한 교통사고로 아이를 잃기도 하고 배우자의 죽음도 겪는다. 자식과 사이가 멀어졌거나 자식의 위태로운 결혼 생활을 지켜보는 중이다. 그런 이야기들을 덤덤하고 차근하게 털어놓으며 인생에 서 크고 작은 일을 겪어왔는데도 홀로 보내는 밤은 여전히 견디기 힘들다고 덧붙인다. 그 순간 이들이 같이 보내는 밤은 인간의 밤, 연대의 시간으로 확장된다. 소설은 분량이 길지도 않고 큰 사건이 일어나지도 않으며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도 않는다. 그저 작은 동네 ‘홀트’에 사는 두 사람의 일상과 밤에 대해 써나간다. 그런데 아직 그 시간에 도달하지 않은 나는 많은 것이 궁금하고 흥미진진하다. 칠십 대의 노인이 되고, 혼자가 되고, 잠들기 어려워지고, 외로운 밤을 맞는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짐작해본다. 알 것 같기도 하고 도저히 닿을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나이가 들어도 우 리는 여전히 비밀일기를 써서 교환하듯 자신의 어떤 페이지를 펼쳐 누군가에게 보여주기를 원하고, 거기 에서 위로와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것을 보며 인간이 귀여운 존재라는 걸 확신할 뿐이다. 그러나 작은 동네에서 두 사람이 함께 밤을 보낸다는 사실은 금세 소문이 난다. 사람들은 대놓고 수군거리 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그러나 애디는 “난 더 이상 그렇게 다른 사람들 눈치를 보며, 그들이 하는 말 에 신경 쓰며 살고 싶지 않아요. 그건 잘사는 길이 아니죠”라고 말한다. 애디의 당당함과 결단은, “두 분 연 세에 그렇게 밤에 만난다는 것, 그게 남부끄러울 일이죠”라고 말하는 아들 ‘진’의 의견과 갈등을 빚는다. 미국의 젊은 세대는 부모나 자식의 일에 크게 간섭하지 않고, 개방적일 거라고 생각했던 터라 진의 반응이 의외였고 답답했다. 우리는 인생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남의 이목에 신경 쓰며 그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 쓰는 것으로 허비하고 있지 않나, 돌아보게 되었다. 혼자 떠도는 밤이 되지 않기를 소설을 덮으며 나는 혼자 보내는 ‘밤’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인간에게 밤이란, 인생의 밤이란 어떤 의미일 까. 밤이 없다면 우리의 삶은 걱정도 없고 더 풍요로울까. 밤의 쉼, 밤의 상념, 밤의 후회는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는 걸까. 살아 있는 사람들은 매일 새로운 밤을 맞이할 것이다. 누군가는 고단하고 피로한 밤을 지나고, 누군가는 불면의 밤을 견디고, 누군가는 애디처럼 함께할 사람을 찾을 것이다. “난 그냥 하루하루 일상에 주의를 기울이며 단순하게 살고 싶어요. 그리고 밤에는 당신과 함께 잠들고요.” 이 땅의 애디와 루이스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는 말동무가 생기기를, 함께 나눌 밤의 시간 이 많기를 마음으로 빌어본다. voiceeye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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