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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페이지 내용 : 올 여름의 인생 공부 최승자 모두가 바캉스를 떠난 파리에서 나는 묘비처럼 외로웠다. 고양이 한 마리가 발이 푹푹 빠지는 나의 습한 낮잠 주위를 어슬렁거리다 사라졌다. 시간이 똑똑 수돗물 새는 소리로 내 잠 속에 떨어져 내렸다. 그러고서 흘러가지 않았다. (중략) 그러므로, 썩지 않으려면 다르게 기도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다르게 사랑하는 법 감추는 법 건너뛰는 법 부정하는 법. 그러면서 모든 사물의 배후를 손가락으로 후벼 팔 것 절대로 달관하지 말 것 절대로 도통하지 말 것 언제나 아이처럼 울 것 아이처럼 배고파 울 것 그리고 가능한 한 아이처럼 웃을 것 한 아이와 재미있게 노는 다른 한 아이처럼 웃을 것. 인생의 길을 걷다 보면 막다른 골목, 함정, 복병을 만날 때가 있다. 절로 해답을 찾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나 어디 인생에 정답이 있던가. 다행인 건 삶은 무시로 가르침을 준다는 점이다. 타인을 통해서, 우리가 맞닥뜨린 상황 자체에서도. 이 시는 우리에게 삶을 살아가는 어떤 태도를 보여준다. 시인은 무르익어 오히려 곪거나 썩지 않도록 다른 마음가짐을 노래하고 있다. 다르게 기도하고 다르게 사랑하기 위해 화자는 사물의 배후를 똑똑히 보라고 한다. 세상에 물든 달관과 도통함 대신 아이처럼 있는 그대로 울고 웃으라고 말한다.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인생길 위에서 우리는 언제까지나 어린아이일 뿐이다. 찌는 무더위가 계속되는 나날이다. 도처에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높아진다. 그 청량한 리듬에 발맞춰 가볍고 즐겁게 여름을 나자. 인생을 배우자. ISSN 2288-9442 발간등록번호 11-1371546-000001-08 호수가 보이는 도서관은 홈페이지 sejong.nl.go.kr에서도 구독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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