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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페이지 내용 : 내 인생의 도서관 철학자 탁석산이 만난 새로운 책의 세계 도서관이라는 비밀의 문 요즘은 도서관에 자주 발걸음 하지 못합니다. 가끔 도서관 기에 쫓겨서 책을 읽을 생각을 한 적도 없었습니다. 책이라 에서 강연을 하는 일이 있기는 하지만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 고 하면 교과서 정도를 떠올렸었지요. 그런데 눈앞에 새로 내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저는 혼자 작업하는 것을 좋아하 운 세계가 펼쳐진 겁니다. 마치 비밀의 문을 연 것처럼. 온 고 혼자 있는 것이 편하기 때문에 사람 많은 곳은 되도록 가 갖 종류의 책이 서가 가득 꽂혀 있고 그 책들을 마음대로 꺼 지 않는 편입니다. 내서 읽을 수 있다니! 저는 조용히 앉아서 책을 보기 시작했 이렇게 말하고 있자면 도서관과 저는 별로 관련이 없어 보입 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책이 있나 알고 싶어 이것저것 조금 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인생에서 도서관이 씩 맛만 보는 식이었습니다. 그러다 날이 갈수록 책을 잡고 제게 끼친 영향은 꽤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집중하기 시작했지요. 어느덧 도서관은 밖에서 놀기만 하는 기억에 남는 시기가 두 차례 있었습니다. 1960년대 중후반 곳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밖에서 놀기도 하고 안에서 책을 이었으니 꽤 오래 전의 일이군요. 저는 초등학생이었고, 아 읽기도 하는 곳으로 변해 있었지요. 도서관의 안과 밖 모두 마도 저학년이었을 겁니다. 서울 시내에 있는 학교에 다니 를 좋아하게 된 것입니다. 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가을날 친구들과 방과 후에 주 지금도 그곳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녁이 되어서 낙 변을 돌아다니다가 낙엽이 꽤 쌓여 있는 넓은 공터를 발견하 엽을 밟으며 집으로 돌아가던 장면들이 떠오릅니다. 뭔가 게 되었습니다. 무척 기뻤지요. 사람도 별로 없고 공놀이하 알지 못하는 쓸쓸함이 가슴속으로 스며들고 있었지만 마음 기에 딱 좋았으니까요. 거의 매일 친구들과 한적한 그곳에 의 다른 한쪽은 책의 세계로 채워져가는 느낌이 들었습니 가서 놀았습니다. 시간이 흐른 후 어느 날 보니 공터에 자그 다. 하지만 그때는 글 쓰는 것이 직업이 되리라고는 전혀 생 마한 단층집이 하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은 각하지 못했습니다. 독서는 즐거움 중 하나였을 뿐이었으니 바로 옆에 있었던 것인데 놀이에만 정신이 팔려 보지 못했던 까요. 야외 놀이의 즐거움과 비슷했지요. 그런데 그곳이 지 것이지요. ‘여기는 뭐 하는 곳인가’ 하는 호기심에 문을 열고 금 서울 시내 중심가 롯데호텔, 백화점 자리였고, 제가 거의 들어가 보았습니다. 안은 아주 조용하더군요. 그런데 그 사 매일 가서 놀았던 어린이도서관이 국립어린이도서관이라 이에서 어렴풋하게 책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조신하게 안 는 것을 안 것은 한참 후의 일이었습니다. 을 둘러보다가 그곳에 계신 분께 여쭈어보았더니 여기는 어 도서관에 대한 또 다른 경험은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에 린이도서관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여기에 찾아왔습니다. 그해 여름은 무척 무더웠는데 저는 여름방 꽂힌 책들은 마음대로 골라서 읽을 수 있다고. 당시 우리 집 학에 학교에 나와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놀았습니다. 땡볕 에는 책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리고 놀기에 바쁘고 숙제하 에도 더운 줄 모르고 공을 차며 즐거워했습니다. 다른 친구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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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페이지 내용 : 들은 축구를 하고 나면 대충 씻고 공부를 했지요. 그런데 저 기의 도서관 경험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부인하기 는 공부보다는 시원한 곳을 찾았습니다. 어디가 시원할까? 는 어려울 겁니다. 되뇌면서 학교 구석구석을 찾아다녔지만, 학교 내에 시원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세계에는 상상할 한 곳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만의 아지트와 수 있는 모든 것이 존재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같은 공간을 발견했습니다. 선선한 바람이 드는 그곳은 아 모르게 그 세계로 가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요? 도서관이란 주 넓은 장소였어요. 햇빛이 잘 드는 곳인데도 아주 서늘해 문을 통과하면 마법의 세계가 열린다는 것을 어렸을 때 알게 서 쉬기에 딱 좋은, 마음에 드는 곳이었습니다. 후일 생각해 된 것이 아닐까요? 물론 마법의 세계라 해서 어린아이들의 보니 책의 보존을 위해 냉방 장치를 가동한 장소였나 싶습 환상의 세계만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법의 세계에는 니다. 저는 넓은 그곳을 마치 제 개인 서재인 양 이용했습니 악당도 마녀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항상 해피엔드로 끝나는 다. 많은 책이 꽂혀 있었는데, 아무 책이나 꺼내 읽을 수 있다 것도 아니지요. 하지만 저는 새로운 세계가 있다는 것만은 는 점 역시 좋았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고서를 보게 되었 분명히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매일 겪는 일상이 세계의 습니다. 한문으로 된 고서부터 신문까지 오래된 책과 자료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도서관에서 배웠습니다. 들이 상당히 많이 있었습니다. 저는 책의 재미에 흠뻑 빠졌 글 탁석산(철학자) 습니다. 소설, 철학책, 인물평전, 수십 년 전의 신문 광고, 옛 날이야기 모음 그리고 영어 원서까지 닥치는 대로 읽었습니 다. 여름방학은 너무 짧았기에 책 읽기는 가을에도 겨울방 학에도 계속되었습니다. 직업적으로 글 쓰는 사람이 되리라고는 생각해본 적이 없습 철학자 탁석산은 《한국의 정체성》 니다. 고등학교는 물론이고 대학교까지 교지에도 글을 실은 《한국의 주체성》 《한국의 민족주의를 적이 없습니다. 세상에는 글 쓰는 수많은 작가가 있고 저는 말하다》 등의 책으로 우리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력을 보여준 독자로 만족하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글을 쓰는 철학자이자 저술가다. 한동안 KBS 1TV 책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활동하며 쪽에 서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왜 이렇게 되었는가를 되짚 토론문화를 선도했었다. 또 다른 저서로 어보면 아무래도 도서관에서의 경험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 《탁석산의 글쓰기》 《오류를 알면 논리가 보인다》 《한국인은 무엇으로 사는가》 다. 물론 다른 원인이나 이유도 많이 있겠지요. 하지만 성장 등이 있다. 33

탐 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