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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페이지 내용 : 형형색색의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졌고, 빨간색 재킷을 걸친 구세군이 종을 흔들며 사람들의 온정을 구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팍팍한 삶 속에서도 지갑을 꺼내 각자 사정에 맞는 기부금을 자선냄비에 넣었다. 지금은 음악 저작권 강화로 초겨울 거리가 사뭇 쓸쓸하지만,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달력이 12월로 넘어갈 즈음이 되면 크리스마스캐럴이 온 세상에 울려 퍼졌다. 그 소리를 신호탄 삼아 각지의 주요 장소에 형형색색의 크리스마스트리가 세워 졌고, 빨간색 재킷을 걸친 구세군이 종을 흔들며 사람들의 온 정을 구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팍팍한 삶 속에서도 지갑을 꺼내 각자 사정에 맞는 기부금을 자선냄비에 넣었다. 엄마 아 빠가 쥐여 준 지폐 한 장을 들고 구세군 앞에 선 아이들은 망 설임 없이 기부금을 전한 뒤 마치 자신이 용돈을 받은 것처럼 기뻐했다. 학교 풍경도 사뭇 달라졌다. 대한결핵협회에서 발행한 크리스마스실과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면 인증 의 의미로 받는 사랑의 열매 배지가 곳곳을 수놓으며 크리스마스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편 유 치원과 어린이집에서는 산타 할아버지를 맞을 준비에 분주했다. 선생님들과 함께 크리스마스트리를 꾸미고 선물 받을 양말을 꾸미던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동요 울면 안 돼 를 흥얼거렸다.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 타 할아버지는 우는 애들에게 선물을 안 주신대.” 그 노 랫말을 듣고 내가 일 년 동안 울었는지 안 울었는지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아이들도 더러 있었다. 한겨울의 따뜻한 설렘, 크리스마스 글. 강진우 문화칼럼니스트 일러스트. 서성호 그땐 그랬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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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페이지 내용 : 크리스마스의 하이라이트는 사실 당일이 아니라 하루 전, 즉 크리스마스이브다. 그날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대부분의 추억 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타 할아버지 분장을 한 사람들이 커다란 선물 꾸러미를 들고 들어오면, 아이들은 신나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앞으로 착한 아이로 자라라는 산타 할아버지의 훈화 말씀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마침내 산 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하나씩 꺼내 이름을 부르면, 아이가 부 리나케 달려 나가 낚아채듯 선물을 손에 쥐었다. 유치원에 다 니지 않는 아이들은 각자의 방에 양말을 걸어 놓고 선물이 얼 른 도착하기를 고대하다가 지쳐서 잠들었다. 그러다 퍼뜩 깨 면 어김없이 머리맡에 선물 상자가 놓여 있었다. 크리스마스이브가 되면 가족들은 으레 일찍 집으로 향 했다. 평소 맛볼 수 없었던 맛있는 저녁을 나눠 먹은 뒤 약속이라도 한 듯 크리스마스 특선 영화 시간에 맞춰 TV 앞으로 모여들었다. 케빈이 도둑들을 혼내 주는 나 홀로 집에 ,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분위기의 가위손 ,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크리스 마스의 악몽 은 언제 봐도 질리지 않는 크리스마스의 단골손님. 모두가 작년에도 봤던 똑같은 장면에 울고 웃다 보면 어느새 손난로처럼 따뜻한 대화가 줄곧 이 어졌다. 그 재미에 내내 거실에 머무르다가 새벽 12시 가 돼서야 넉넉한 마음을 품고 흐뭇하게 잠자리에 들 었다. 요즘에는 크리스마스를 더욱 특별하게 보내는 사람들이 많다. 가족, 친구, 연인과 함께 국내외 여행을 떠나기도 하고, 크리 스마스 의상 콘셉트를 정한 뒤 호텔에 모여 밤새 호캉스 겸 파 자마 파티를 즐기기도 한다. 정 할 게 없는 사람들도 습관처럼 나 홀로 집에 한 편쯤은 찾아보게 되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는 무언가 사람의 심장을 몽글몽글하게 만드는 특별하고도 신 기한 힘이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올해에도 설레는 마음으로 크리스마스를 준비하고, 저마다의 따뜻한 추억을 만들며 한겨 울 추위를 이겨 낼 것이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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