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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페이지 내용 : “얘들아, 이리 와라!” 부름에 종종거리며 다가가면, 할머니는 새끼 새에게 모이를 먹여 주는 어미 새처럼 김칫소를 맛보여 주시고는 어떤지를 물으셨다. 겨울을 코앞에 둔 늦가을이 되면 전국에 흩어져 있던 온 가족 이 큰집으로 모여들었다. 절인 배추가 수북이 쌓인 빨간 대야 여러 개가 마당에 놓였고, 그 옆으로 파란 김장 비닐이 깔렸다. 찹쌀 풀을 쑤는 구수한 향기와 비릿한 액젓 냄새가 나기 시작 하면, 할머니와 어머니는 오래도록 전해져 온 집안의 레시피 를 십분 활용해 능숙하게 김칫소를 버무렸다. “얘들아, 이리 와 라!” 부름에 종종거리며 다가가면, 할머니는 새끼 새에게 모이 를 먹여 주는 어미 새처럼 김칫소를 맛보여 주시고는 어떤지 를 물으셨다. 사랑스러운 손주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입맛에 맞는 김치를 만들어 주려는 푸근한 마음이 담겨 있는 물음이 었다. 평생 그 맛을 김치의 기준으로 삼아 온 손주들의 답은 한 결같이 ‘엄지척’이었다. 김장 비닐 가운데 완성된 김칫소가 놓이고 나면, 가족들이 한 꺼번에 달려들어 배추에 김칫소를 발랐다. 어깨를 부딪칠 정도 로 가까이 붙어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 갔고, 김치 겉절이 위에 올려진 돼지고기 수육도 서로의 입속 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우리는 그렇게 칭찬, 격려, 걱정, 조언, 수다, 웃음, 별미를 한데 뒤섞어 김칫소만큼이나 감칠맛 나는 가족애를 완성했다. 이러한 김장은 정과 유대감을 중시하 는 한국인 특유의 정체성을 매우 잘 설명하는 문화라고 할 수 있다. 2013년 제8차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위원회가 한국의 김장 문화를 세계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한 이유다. 한국인의 ‘맛있는’ DNA, 김치와 김장 글. 강진우 문화칼럼니스트 일러스트. 서성호 그땐 그랬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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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페이지 내용 : 김치는 2013년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 10대 건강식품에 이름이 올랐을 정도로 영양학적 가치도 매우 높다. 비 타민과 무기질 함량이 높아서 항산화, 항암, 고혈압, 당 뇨병 등 성인병 예방에 효능이 좋으며, 아토피 완화, 스 트레스 감소, 다이어트, 소화 및 이뇨 작용, 뇌졸중 및 빈혈 등에 도움이 되는 성분을 가득 품고 있다. 요즘 해 외의 유명인들이 김치를 일부러 챙겨 먹는다는 뉴스가 종종 들려오는데, 이는 김치의 맛과 영양이 모두 뛰어 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치는 담그는 지역마다 맛과 형태가 제각각이고, 같은 지역 이라도 각 집안마다 고유의 맛을 품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에는 기호와 원하는 식단에 따라 토마토 김치, 사과 깍두기, 연 근 물김치, 브로콜리 김치 등 이색 김치를 만드는 가정도 늘어 나고 있다. 다채로운 변신이 가능하다는 점도 김치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한류 바람을 타고 전 세계로 퍼지고 있는 김치의 높은 인기 때 문일까. 중국은 2020년 말부터 김치를 ‘한국식 파오차이’라 부르며 김치를 자신들의 고유 문화라고 거짓 주장하는 이른바 ‘김치 문화공정’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는 100% 거짓이다. 파오차이는 소금, 산초잎, 고수 등을 넣고 끓인 즙에 채소를 넣 고 절이면 완성된다. 반면 김치는 배추, 무 등을 하루 안팎으로 절여서 꺼낸 뒤 고춧가루, 파, 마늘, 생강, 젓갈 등 다양한 재료 로 만든 양념을 발라 2차 발효시킨다. 이렇듯 채소를 2차에 나 눠 절이고 발효시키는 음식은 전 세계적으로 김치가 유일하 다. 전 세계는 이미 ‘한국=김치의 나라’라는 공식이 진실임을 잘 알고 있다. 시대 흐름에 따라 집집마다 김장을 하는 시대가 서서히 저물고 있음에도 우리 식탁에는 매일같이 김치가 오른 다. 김치 없는 일상은 예나 지금이나 상상하기 어려우 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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