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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페이지 내용 : 한글은 전 세계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배우기 쉬운 글자이기에, 한국 문화 콘텐츠의 세계화가 더욱 발 빠르게 이뤄질 수 있었다. “한글은 한국이 디지털 기술 분야에서 앞서 나갈 수 있는 주요 배경이다. 세계에서 가장 직관적인 문자가 바로 한글이기 때 문이다.” 글로벌 IT 기업 구글을 이끌었던 에릭 슈밋 전 회장은 한글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언뜻 생각하면 IT 강국과 한글 사이에 큰 관련성이 없는 것 같지만, 한층 깊게 들어가 보면 얘 기가 달라진다. 자음과 모음의 간단한 조합만으로 문장을 만들 수 있을 뿐 아 니라 그 속도도 매우 빠르다. 한자를 사용하는 중국어와 일본 어를 살펴보면 그 가치가 더욱 빛난다. 두 언어는 수많은 한자 를 자판에 나열하기 불가능하기에 영어로 발음을 먼저 입력한 다음, 동음이의어 중 원하는 한자를 골라야 비로소 입력이 완 료된다. 반면 한글은 소리 나는 대로 쓰는 표음문자이기에 몇 개의 버튼만으로도 한 번에 원하는 문장을 완성할 수 있고, 입 력 속도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다. 영어도 컴퓨터나 스 마트폰에 문장을 쓰려면 최소한 각 알파벳에 해당하는 26개 버튼이 필요하다. 반면 우리가 스마트폰 입력을 위해 흔히 사 용하는 천지인 자판은 단 10개의 버튼만으로 구성돼 있다. 한 글이 얼마나 효율적인 문자인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한글의 특성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정 보가 전 세계를 오가고 트렌드가 시간 단위로 바뀌는 오늘날 더욱 큰 힘을 발휘한다. 소설 『대지』로 노벨문학 상을 수상한 미국 작가 펄 벅의 말마따나 “한글은 전 세 계에서 가장 단순하면서도 배우기 쉬운 글자”이기에, 우리를 우리답게 만드는 한글 글. 강진우 문화칼럼니스트 일러스트. 서성호 그땐 그랬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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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페이지 내용 : 한국 문화 콘텐츠의 세계화가 더욱 발 빠르게 이뤄질 수 있었다. 방탄소년단의 수많은 해외 팬들은 매년 10 월 9일 한글날마다 한글로 적은 가사와 감사의 인사를 SNS에 공유한다. 말은 존재하지만 이를 기록할 수 있는 글자가 없는 인도네시아의 찌아찌아족, 솔로몬제도의 말라이타주와 과달카날주는 한글을 표기문자로 채택 해 사용하고 있다. 한글이 한국 문화의 세계화와 그 위 상을 높이는 데 공헌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은 전 세계를 마음껏 누비고 있는 자랑스러운 글자지만, 한글이 창제되던 무렵의 상황은 그렇지 않았다. 조선 고유의 문자를 만들어 사용한다는 것은 곧 당시 초강대국이었던 명나 라에 대한 반역으로 오해받을 소지가 컸으며, 실제로 중화사 상에 물든 일부 관리들은 한글 창제를 극렬하게 반대했다. 하 지만 세종은 말과 글이 일치하지 않는 불편 해소, 초기 조선의 통치권 강화, 백성을 깨우치는 애민정신 실현 등을 위해 조선 고유의 문자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1441 년 세종 23 부터 약 3년 동안 눈병, 풍증 등을 핑계로 세자에 게 정사를 맡긴 뒤 몇몇 사대부와 함께 정의공주와 광평대군 의 집에 며칠씩 머물며 은밀하게 한글 창제를 진행했고, 1446 년 세종 28 마침내 『훈민정음』을 반포하는 데 성공한다. 만든 장본인과 창제의 원리가 명확하게 규명된 문자는 전 세계에서 한글이 유일하다. 전 세계 언어학자들이 한글을 ‘가장 과학적 이고 독창적인 문자’로 꼽는 이유다. 창제 후 600여 년이 지나는 사이, 한글의 표현과 활용 법은 몰라보게 달라졌으며 이러한 현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모든 언어가 겪는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와 기준, 즉 ‘언어의 품격’은 존재한다. 무분별한 줄임말, 외래어의 남용 등은 자칫 한글의 품 격을 낮출 수 있다. 현실과 변화상을 반영하되 창제를 위해 헌신한 세종과 지금껏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노 력한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를 기억하며 한글을 사용한 다면, 한글은 품격 높은 언어이자 대한민국의 자랑으로 서 언제까지나 우리 곁에 남아 있을 것이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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