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책갈피 추가
페이지

64페이지 내용 : 64 『작별인사』 김영하 저 | 복복서가 펴냄 | 2022 『작별인사』를 읽고 글. 정찬영 독자 서평 도전

페이지
책갈피 추가

65페이지 내용 : 65 미래는 어쩌면 현재다 인간과 인간의 가슴 절절한 이별을 담은 연애소설을 연상케 하 는 서정적인 제목과 달리 작품은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SF 소설로 로봇인 휴머노이드가 등장한다. 그 세계에선 자동차가 아닌 모바일캡슐을 타고, 허공에 홀로그램이 나타난다. 이야기는 휴머노이드를 연구하는 캠퍼스인 휴먼매터스에서 시작된다. 우리는 기계 없이 살아갈 수 없다. 손목에 찬 스마트워치만 해도 우 리 신체의 각종 수치를 기록하고 관리한다. 가게의 주문은 키오스 크가 처리하고, 자율주행 기술은 현실화되었고, 스마트폰 터치 한 번이면 불가능한 것이 없게 되었다. 이처럼 인간은 기계와의 결합 이 자연스러운 삶에 익숙해지고 있다. 지금 우리가 마주한 현실과 작중 묘사된 미래는 별반 다르지 않다. 책은 분명 소설이지만 작가 가 독자에게 계속 대화를 시도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미래사회 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아무런 의식 없이 현재를 살아가다 보면 마 주할 문제들을 제시한다. 중반부에 인물들은 ‘태어나지 않는 것이 낫다’는 말에 첨예하게 대립한다. 그 장면에서 ‘의식을 가진 존재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있고, 그 일이란 세상에 불필요한 고통을 줄이 는 것’이라는 말이 인상적이다. 모순적으로 지구에서 불필요한 고 통을 압도적으로 생산해내는 존재는 바로 인간이 아닌가.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현재를 의미 있게 보내야 한다. 기계는 인간의 속내를 읽을 수 없다 극한의 효율과 생산성을 추구하는 인간은 분명히 그 속에서 잃 는 게 있기 마련이다. 인간이 늘 불행한 이유로 과거, 현재, 미래 라는 관념을 만들고 그에 집착하기 때문이라는 서술은 가히 충 격적이었다. 우리의 자아는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걱정할 뿐, 현재를 그냥 흘려보내기 때문에 다가올 세상에서는 자아가 사라 져 과거와 미래의 의미를 잃을 것이라는 무시무시한 경고는 단 순히 지나치기 어렵다. 기계의 시간이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공존을 넘어 그들에게 잠식당한 삶을 사는 우리. 하지만 기계와 인간은 분명 히 다르다. 둘이 도출해내는 결과는 비슷해보여도 사고과정은 전혀 다르다. 감정과 이성을 조합하여 판단하는 인간과 달리 기 계는 인간이 제작한 프로그램의 논리대로 움직인다. 이유는 존 재하지 않는다. 오직 인간만이 호기심과 욕망, 신념을 가지고 무 언가를 결정할 수 있다. 물론 기계도 점점 사유가 가능해지고 있 다. 오히려 인간보다 정확하고 객관적이다. 그러나 인간은 ‘정서’ 를 포함한 사유가 가능하다. 이는 인간만의 특권이다. 인간은 시 를 읽으며 감탄하고 영화를 보다가 괴로워하고 본인과 아무 상 관도 없는 19세기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소설을 보며 감탄한 다. 정말 인간만이 느낄 수 있는 기쁨이 아닌가. 작가는 우리가 소설을 읽는 경험을 통해 낯선 인물들을 만나고 어이없는 일을 겪으면서 일상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을 경험하기도 하고,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문제를 곰곰이 짚어보기도 하는 것 이라고 밝혔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며 문외한인 분야를 조금이 나마 이해하고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곱씹어보며 그의 의도를 조금이나마 파악했다. ‘작별인사’. 헤어지기 전에 나누는 인사다. 그 인사를 뱉는 사람의 입 안에선 생각해둔 말이 수십 번 맴돌았을 것이고, 마음은 형용 할 수 없이 쓰라렸을 것이다. 이는 너무나도 인간적인 행태로, 즉 인간이 필멸의 존재라는 것을 나타낸다. 자아라는 것이 사라진 삶이 되기 전에, 어떻게 존재하게 됐는지가 아니라 지금 ‘나’는 어 떤 존재인지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은 특별하니까. ‘작별인사’. 헤어지기 전에 나누는 인사다. 자아라는 것이 사라진 삶이 되기 전에, 어떻게 존재하게 됐는지가 아니라 지금 ‘나’는 어떤 존재인지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은특별하니까.

PDF다운로드

탐 색